"1기 친구들 다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요!"**

Q. 한일공대를 통해 일본유학을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A. 친척이 미국에서 살고 있고, 또 다른 친척은 중학교때 유학을 가는것을 보면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유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학교에서 한일공 프로그램을 알려줬어요. 원래 공대를 가려고 했었기 때문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Q.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히타치에서 유통 분야의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어요. 어플리케이션 개발팀의 설계 파트에 입사를 해서 거의 15년차가 되네요. 고객사의 사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사용기간이 지나서 바꾸면서 시스템에 대해서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요. 저는 오프라인에서 하고 있던 업무를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도록 기능을 추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입사 3년차에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가 생겨 출산과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 후에도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오피스 스텝으로 계속 단시간 근무를 했어요. 100여 명 정도 되는 본부의 경영, 조직 운영, 수입 지출 관리 등 재무 회계에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 현장으로 복귀한 게 작년이라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요. 현장 복귀 후 지금 2번째 프로젝트의 요구 분석 공정에 참가 중인데 야근도 많고 정말 정신이 없지만, 이제서야 하고 싶던 일을 하는 것이라 일을 배워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Q. 현재 다니는 회사/학교 등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A. 철도 시스템 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언제가 통일이 되면 한국에서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고속철도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참가하고 싶다라는 꿈을 품고 지금 다니든 회사에 입사을 하게 되었어요. 일본의 신칸센이나 철도시스템쪽에서 경력을 쌓아 한국에 돌아가려고 했었죠. 일본에서 결혼을 해버렸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철도 시스템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있답니다. 저희 사업부에 몇 년 전에 철도 시스템 분야가 생겼는데 LG 히타치 분들과 일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언젠가 한국분들과 철도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에요.

Q. 일본 유학생활 중에 좋았던 일이 있다면? A.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사귈 수 있었던 점이 좋았던것 같아요. 유학생이었기 때문에 유학생기숙사에서 1년간 생활을 했고, 유학생 센터에서 오며가며 만났던 많은 유학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지요. 특히 친했던 친구 중에 한명이 영국인 친구였는데 기숙사 방도 가깝고 해서 공부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만들어 먹고 사이가 정말 좋았어요. 사실 제가 일본어를 잘 못해서 한국인 유학생들이나 일본인들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일본어가 안나왔어요. 그런데 이 영국인 친구와 대화를 할때는 둘다 일본어를 못하니 부끄러울것도 없고, 틀린 일본 말도 당당하게(?) 말하곤 했는데 그러면서 일본말이 트였어요. 저에게는 참 고마운 친구죠.

Q. 일본 유학생활 중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A.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닌데 간혹 집이 그리울 때가 있었어요. 지금이야 스마트폰 시대라 어느 나라에 있던지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하지만 제가 일본에 왔던 2000년에는 공중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해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도 카카오톡이나 스마트폰이 없었어요. 이것 때문에 1기 친구들끼리 지금까지도 연락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일본 친구들의 마음을 열기가 처음에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속을 안열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어떻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하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했어요. 소위 다테마에에 대한 어려움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1학년 때부터 제일 친했던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4학년 때 처음으로 가족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매사에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준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뭐가 방언인지 뭐가 표준어인지 헛갈렸던 점도 있어요. 지금 회사에 면접을 보러 구마모토에서 도쿄로 올라왔는데, 구마모토 방언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어서 면접관과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외국인이라 적응이 빨랐다고 해야 하나요? 도쿄에서 몇 달 사니 구마모토 방언은 금방 사라졌지만요.

Q. 일본 학교에서 일본친구들과 경쟁하는 데에 자신만의 학습비결이 있다면? A. 일본 친구들과 경쟁한다는 생각을 안 했던것 같아요. 과 인원이 80명이었는데 그 중에 여학생이 저를 포함해서 11명 이었어요. 여학생 수가 적다보니 사이가 참 좋았는데 시험기간에는 같이 도서관, 24시간 패스트푸드 점을 다니며 공부를 했고 서로서로 알려주면서 공부했지요. 제 필기노트를 친구들이 빌려달라고 할때 기분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규슈 지역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친구들이 다 순수했던 것 같아요.

Q. 취미나 현재 즐겨 하는것이 있으시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아쉽게도 저만을 위한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아요. 일본에서 결혼해서 현재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평일에는 회사 일이 늦어서 많이 챙겨주는 못하는 만큼 주말에는 거의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어요. 아이들이 모두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을 하는데, 주말에는 연습과 시합을 따라다녀야 해서 정신이 없답니다.

Q. 진로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간단하게 해주세요.

A. 다들 똑똑한 친구들이라서 고민을 할까요? (웃음) 지금 회사에 입사한 이유가 철도 시스템쪽에 관심이 있어서였는데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철도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유통분야의 어플리케이션개발팀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비록 원하던 분야가 아니었지만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