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처럼 나고야 동창들과 잡담 나누고 싶어요!"**

Q. 한일공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유학을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A. 외고 중국어과라 다른 친구들 처럼 중국쪽으로 유학가는 것도 생각해보고 그랬는데, 시험 몇달 전에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갑자기 알게 되었어요. 집안 사정이 여유가 없어서 유학이라는 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에 국비유학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공대를 생각하고 있어서 일본으로 가는 게 정말 좋아보여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현재, 주식회사 덴소에서 전기차 인버터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 소자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력반도체는, 한마디로 “전류를 On, Off해주는 반도체”입니다. 보통 암페어 단위의 큰 전류를 온, 오프 하는 반도체를 전력반도체라고 하더군요.

차량용 부품이라서 좀 더 까다로운 사양이기는 하지만, 전력반도체가 워낙 아날로그스럽고, 노하우가 필요한 소자라 그런지, 많은 요구사항에 대해 메커니즘조차 아무도 모르는 것이 많은 분야이지만, 자신만의 경력과 노하우를 쌓기 쉬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Q. 전력반도체 소자 설계를 오래하셨나요?

2008년에 LG전자 연구소에 입사해서 2년차부터는 GaN 전력반도체 소자 개발을 쭉 했으니, 화합물 반도체인 전력반도체 소자만 계속 해왔네요. GaN 소자 개발 때에는 연구 초기 단계부터, 공정, 설계, 장비관리, 측정까지 모든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덴소에서는 SiC 소자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거의 양산 직전이라 소자를 처음부터 설계하지는 않고요. 모든 구조와 공정 파라미터를 고려해서 소자 특성의 공차를 설계하고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사양에 적합한지 계산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적합하지 않으면 같은 부서나 시스템 부서 쪽에 그 이유를 설명하고 사양을 조정하는 일도 같이 하고 있어요.

Q. GaN, SiC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 해주세요.

A. 하나의 원소로 구성된 Si(실리콘)이 반도체 소재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데요. GaN은 Ga과 N로 결합된 화합물 반도체로, 얼마 전에 노벨 물리학상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LED의 재료입니다. Si보다 전류를 온오프 할때 저항과 손실이 작아 최근에 주목받는 재료에요. 단점이라면, 소자 구조를 만드는 공정이 어렵고 열에 취약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전류밖에 대응을 못합니다. 요즘 나오는 USB충전기가 딱 맞는 응용 분야인데, GaN을 사용해서 작게 만든 게 종종 나오더군요.

SiC도 비슷한 화합물 반도체로 GaN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는데, 공정이 Si과 비슷해서 Si 소자와 비슷하게 만들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싸지만 수백 암페어급의 소자를 만들 수 있어서, 전기차 인버터에 딱 좋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3에 적용되어서 엄청 주목받고 있어요.

Q. 현재 다니는 회사/학교 등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A. 엘지전자에서 GaN 소자를 개발하고 있을 때, 초기 멤버라 온갖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서 했었는데, 대신 중요한 일도 다 맡겨주고 정말 재미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근데 점점 팀원이 늘어나고 팀규모가 커지고 경력이 쌓이니 이런저런 스카웃 제의도 들어오고 밖으로 눈을 돌릴 기회가 많아지더라고요. 그러던 중 해외 쪽에도 관심이 생겼고 이직 사이트에 등록했더니, 몇몇 일본회사에서도 제의가 들어왔고 원래 잘 알고 있었던 덴소에 관심이 생겨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유학시절 살았던 아이치가 좋아서 다시 돌아온 것도 있고요.

Q. 한국회사와 일본회사는 어떻게 다르던가요?

A. 각각 5년 이상씩 다녀보니, 차이점이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저한테는 일본회사가 좀 보수적으로 느껴졌지만, 직종이 엘지는 전자업계고, 덴소는 자동차 업계라 직종때문에 훨씬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한국회사에서는, 개인에게 맡기는 범위가 넓고 자유도가 높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큰 반면, 일본회사는 분업화가 잘되 있고, 워낙 회의를 많이해서 개인이 큰 책임을 질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회사는 개인에게 맡겨버리고 내용을 파악하는 사람이 팀장급 정도라서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일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본회사는 정말 사소한 내용이라도 개발 내용에 대해 부장이상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덴소 같은경우는 전화는 무조건 회사 내선으로만 걸고 받아서, “핸드폰은 사적인 일에만” 이라는게 가장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팀원중에 핸드폰 번호 아는사람이 1/3도 안되는거 같네요. 엘지에서는 인간관계가 중요해서 팀원이 좋으면 일하기도 좋고 그랬는데, 덴소에서는 워낙 공과 사를 구분해서 가끔 외롭기는 하지만 회사와 프라이빗을 딱 구분 짓는게 편할때도 많습니다.

Q. 일본 유학생활 중에 좋았던 일이 있다면?

A. 학부 4학년때 연구라는 걸 처음 시작했을 때가 가장 재미 있었던거 같아요. 연구실 들어가서 5명 정도 밖에 안되는 동기들과 친해질수 밖에 없었고, 연구내용도 저한테 잘 맞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수월하게 진행되었고요. 나고야에 온 한일공대 선후배들도 많아져서 연구할 때 외에도 정말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던거 같습니다.